애플 TV 독점 드라마는 우수한 4K 화질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중박이상 치는 드라마를 계속 뽑아내고 있음. 넷플릭스가 원래 의도했던 질높은 컨텐츠의 대량생산을 통한 시장지배자 모습은 애플 TV의 현재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디즈니 같이 무리한 PC주의 끼워넣기는 없지만 PC적 요소가 강한것도 특징.
* 드라마는 개인 취향을 많이 타는 부분이므로 평점(5점 만점)에 대한 부분은 너그러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포올맨카인드 - ★★★★★
"60년대 미-소간 우주경쟁에서 소련이 승리하고 소련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인류의 우주개발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를 다룬 대체역사 SF물로, 대체역사 및 우주에서의 과학현상에 대한 별도 보너스 컨텐츠까지 마련되어 꼼꼼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 현실 우주 경쟁에서 설계도나 프로토타입만 남아있는 베이퍼웨어 등이 대거 등장하고 CG도 화려하여 우주덕후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SF드라마이자 고위정치인, 우주비행사, NASA 연구원, 일반시민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 간의 갈등, 화해 등이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휴먼 드라마 특징도 강해서 명작 반열에 올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작품.
2. SEE : 다시 만난 세계 - ★★★★
제이슨 모모아를 주인공으로 인류가 시력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린 후의 아포칼립스를 그린 드라마. 시력을 잃어버렸다는 설정에 맞게 독특하게 발전한 세계관을 보는 재미가 있음. 맹인 세상의 '왕좌의 게임'을 그려냈다고 보면 되는데, 대규모 전투도 벌어지고 맹인 간의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근접무기 격투씬 등이 매우 박진감 넘침. 아포칼립스 속의 인류는 거의 중세 시대 정도의 문명이 되어 있어서, 중세 시대물을 좋아하면 몰입이 잘 될지도? 개인적으로는 포올맨카인드보다는 몰입해서 보지 못했음.
3. 테헤란 - ★★★★★
첫인상은 평범한 첩보물에 이란 배경을 씌워놓은게 아닌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밌게 본 드라마.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처럼 전지전능한 첩보요원이 아니라 본 시리즈처럼 현실감 있는 모습이 재미를 부가하고, 중간 중간 있는 반전도 해당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 중에 하나인 것 같음. 주 무대인 이란 사회의 갈등 요소가 현실감 있게 반영된 것 같고, 특히 이란 내 반정부세력이 드라마 처음부터 비중 있게 등장하는데 현재 이란 상황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부분.
4. 파운데이션 - ★★★★
아이작 아시모프라는 SF대소설가가 쓴 동명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임. 원작도 '로마제국 쇠망사'에 영감을 받았고, 몇만년 동안 지속된 항성 간 제국을 이룬 인류 문명이 어떻게 급격히 쇠락하고 어떻게 영웅들에 의해 다시 부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다만, 원작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방영과 동시에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함. 원작을 기대하지 않고 원작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새로 만든 작품으로 본다면 CG도 화려하고 소설 속에만 등장하던 거대한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보는 재미가 상당함. 2020년대 SF영화에 '듄'이 있다면 SF드라마에는 '파운데이션'이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음.
5. 인베이젼 - ★★★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흔한 소재를 다룬 SF드라마인데 여러 사람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배치하는 것이 특징. 보는 중에 지루해서 빨리 넘기기를 많이 하기도 했고, 보고 나서도 기억에 별로 남는게 없음. 평범한 SF드라마.
6. 세브란스 : 단절 - ★★★
직장에서의 삶과 가정에서의 삶을 외과적인 뇌수술을 통해 완벽히 구별한다는 참신한 상상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스릴러. 본인 취향에 맞지 않아서 몰입해서 보지는 못했음. 드라마 자체에 몰입하진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미장센은 상당히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음. 평론가나 시청자 평가가 상당히 높은 작품으로 심리 스릴러나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꼭 시도해보는게 좋을 작품일거 같음.
7. 파친코 - ★★★★
한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인도 잊어가고 있는 한민족 근현대 디아스포라를 풀어낸 이야기". 워낙 화제가 된 작품이라 본 사람도 많고 평도 엇갈렸던걸로 기억하는데, 휴먼 드라마인 이상 서사가 길어지는 부분은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함. 다만 배우들의 연기나 촬영은 수준급이고 일본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현재(버블경제 전성기 80년대)와 과거(일제강점기)를 교차시키는 편집도 인상 깊었음. 민족주의, 애국주의를 떠나서 한국인인 이상 드라마를 보고 느낄 수 있는 반향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함.
8. 슬로 호시스 - ★★★★★
유능한 첩보요원을 다루는 다른 작품과 다르게 무능해서 한직으로 좌천된 MI5 요원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영국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재밌으며, 코미디물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벌어질만한 첩보전의 모습도 마음껏 보여주는 것이 매력. 그러면서 주인공과 관련된 복선에 대한 궁금증이 회차를 거듭해 볼수록 커지는 작품.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볼수록 빠져든다.
9. 블랙버드 - ★★★☆
사법거래를 통해 연쇄살인범의 동료 수감자가 되어 연쇄살인 증거를 확보하는 임무를 맡게 된 범죄자 이야기. 딱보고 떠오르는게 FBI 프로파일러를 주제로 한 넷플릭스의 '마인드헌터'였는데, 블랙버드는 미니시리즈이고 주제가 특정한 연쇄살인범 1명에 대한 실화 바탕 이야기다보니 마인드헌터보다는 완성도나 흥미가 약간 못 미침.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는 하는 작품이니 연쇄살인범 소재에 흥미가 있다면 추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편.
10. 재난, 그 이후 - ★★★★☆
한국에서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미국 카트리나 허리케인 재난 당시 미처 중환자들을 대피시키지 못한 병원에서 집단 안락사가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한국에서도 종종 이슈가 되는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책임의 한계라는 주제를 다큐멘터리보다 재밌으면서도 현실감 넘치게 만들었음. 보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드라마.
11. 샨타람 - ★★★★
뉴질랜드의 탈옥수가 인도 빈민촌에서 의사로 생활하며 인도 검은세계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묘하게 한국식 느와르의 감성이 묻어나는 범죄스릴러물. 주인공의 호주식 영어 억양도 매력 있고, 개과천선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범죄자 특유의 교활함이 살아 있는 모습이 입체적. 인물 간의 연애감정선이나 빈민촌을 둘러싼 검은 세계의 권모술수가 다음화를 계속 보게 만듦. 빅뱅이론의 라지 같은 인도식 개그 캐릭터도 깨알 같은 흥미 요소.
12. 테드 래소 - ★★★☆

미국 미식축구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 프로축구팀 감독에 임명되는 기상천외한 일을 시작으로 벌어지는 시트콤에 가까운 코미디물. 주인공은 보이스카웃 성격의 올곧은 사람으로, 한없이 긍정적이며, 주변 사람과 잘 지내고, 가정적이려고 노력하는 모범적인 미국인상에 가까움. 드라마 전반적으로 낙관주의가 넘쳐흐르며 난관도 쉽게 쉽게 극복되는 특징이 있음. 유머도 같은 언어를 쓰지만 미국과 영국 문화의 미묘한 차이를 이용한 유머가 많아서 미국식 감성에 맞는 사람은 아주 재밌게 볼 수 있을 듯.
북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에미상 수상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축구를 더 잘 알고 미국식 감성의 소유자까지는 아니라 어이없는 장면들이 많아서 막 재밌게 보지는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