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독립하고 회사차린 성공담
중소기업 10년차 차장에 연봉 4500만원 따리에서 올해 초 회사를 나와 독립하였습니다.
직장이라면 (특히 저같이 학교 다닐 때 놀다가 좋소기업을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노무 회사 때려쳐야지' 하는 생각 많이들 하실 겁니다.
그러나 막상 나가면 뭐해 먹고 사나 고민도 하고요.
저 역시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주어진 일만 대충 하면서 저축은 고사하고 대출 갚으며 입에 풀칠하면서 살았었습니다. 심지어 첫 회사에서는 일 못한다고 권고사직까지 당했었죠.
그러나 두 번째 직장부터는 일에 재미(?)도 붙으며 어느 정도 업무에 탄력이 붙는 순간이 오더군요.
그러나 너무 일에만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일은 저 혼자만 하는 것 같고, 이런 식으로 할 바에는 제가 혼자 해도
월급쟁이 생활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드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때부터 거래처 관리를 시작으로 조금씩 독립을 준비하였습니다.
작년에 팀장으로서 말 안듣는 직원에 대한 고민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시기를 겪으며 생각을 굳혔습니다. 퇴사 후 혼자 다시 시작해보자.
이렇게 과중된 업무를 할 바에는 온전히 날 위해서만 힘을 쏟아보자.
결국 퇴사 후 제 회사를 차렸고, 다행히도 첫달부터 매출은 딱 예상했던 만큼 나오기 시작하여, 1분기 (약 5개월)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부가세 신고 금액을 보니 약 1000만원 정도 되더라고요.
매월 다음 달이 걱정되는 시기가 오지만 다행히도 7월 이후 실적은 그전보다 더 오른 상태입니다.
슬슬 혼자 소화할 수 있는 업무량을 벗어나, 더 치고 올라가려면 이제 직원을 고민해야 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성실신고대상자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연말 매출을 조절하고 혼자 내년까지만 더 해볼까 생각도 합니다.ㅎ; 몸은 축나겠지만ㅠㅠ
내년에 종합소득세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월 1500만원 가량의 돈이 수중에 들어오면서 남아있는 빚도 빠르게 갚아나가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월 350만원도 안 되는 실수령액으로 연명하다가 생활비를 쓰고도 그 이상으로 남는 금액을 보며 스스로 정말 뿌듯하네요.
자본금도 거의 안 들이고 시작했기 때문에 혹시나 나중에 사업이 잘 안 풀리면 다시 직장생활로 돌아가자는 심산으로 시작했던 제 회사지만, 이제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을 굳히는 중입니다.
물론 제 힘만으로 가능했던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독립한다고 하니 발벗고 도와주신 협력사와 거래처 대표님과 담당자분들... 믿고 지지해준 가족과 주변 지인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더 성장하여 이들의 감사한 배려에 어떤 형태로든 보답해나갈 생각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랑 아닌 자랑도 하고 싶었고, 저처럼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립은 꿈꾸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지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만약 제가 직장생활을 그저 어영부영했더라면 한낱 상상에서 끝났을 것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독립을 하고 저만의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남들보다 하루에 딱 2시간만큼만 더 일해라.
: 정말 꼰대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남들과 같은 시간만큼 일을 하면 절대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하여 일에 매진하겠다? 아닙니다. 어차피 회사에서 직원에게 요구하는 업무에 대한 비중은 아무리 높아도 누구나 각잡고 일하면 소화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하루에 2시간씩 더 일을 하라는 건, 내게 주어진 일을 가지고 2시간 늘려서 여유롭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업무 외적으로 (단, 업무와 연관되어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스킬을 늘려야 합니다. 한 회사의 사장이 된다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담당 업무만 해도 되었던 것과는 소화해야 할 업무 범위가 훨씬 방대합니다.
가령, 저는 제조회사 영업직 출신이지만, 틈틈히 제품에 대한 원재료부터 모든 원리에 대한 분석 (개발 업무) / QC, 출고팀의 업무 (단순해보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요령과 노하우가 있더군요.) / 경리 업무들 / 타 영업사원들의 영업 방식(메일링, 화법 등 거래처 응대 방법) 파악과 비교 / 경쟁사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 등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분야를 두루 터득하고자 하였습니다.
언젠가 회사 동료로부터 우스갯소리로 너 나중에 바지사장이라도 할거냐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진짜 사장이 제 목표였거든요.
사실 직장인들이 내게 주어진 업무 외적으로 회사에 시간을 쏟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 역시 집에 가면 퍼지고 싶고, 월급루팡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제가 사회초년생시절에 너무 보기 싫어했던 일벌레 상사를 닮아가고 있더라고요.
집에서 밥을 먹다가도, 아이와 놀다가도 어느새 업무와 연관된 자료들을 서칭하고, 궁금한 게 생기면 주말 밤낮할 것 없이 회사 동료나 거래처분들이나 전문가들께 전화하여 물어보고 했습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 달에 40여 시간을 다른 방해 안 받고 순전히 내 의지로 뭔가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서라도 남들과는 조금 다른 회사 생활을 즐겨야(?) 독립에 대한 초석을 다질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2. 회사 욕, 타인에 대한 험담을 자제하라.
: 진부하지만 정말 중요한 대목입니다. 회사에서 하는 욕이 돌고 돌아 거래처 등 타사에도 들어가고 소문이 와전되어 당사자에 대한 업계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존속하고 있다면, 누군가가 욕을 먹으면서도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단점이 없는 사람도 없는 반면 장점이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 마음에 안 든다고 나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정말 아마추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회사가 아무리 주옥같아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말고 좋은 점만을 뱉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동종업계 내에서 독립을 꿈꾼다면, 업계 평판을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잘 되면,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생기기도 하고, 굳이 원하지 않는데도 일을 맡아달라고 찾아오는 신규 거래처들이 생기더군요.
3. 자존심을 버리고 누구에게나 예의를 갖춰라.
: 2번과도 연관이 되어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경력과 직급이 붙다보면 나도 모르게 우쭐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상사인데, 내가 팀장인데. ㅎㅎ똑같은 월급쟁이 신세에 그거 별거 아닙니다. 상사도 아랫직원보다 못 하는 것이 있고, 팀장이라도 그들보다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보다 무언가를 잘한다면,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다가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의 능력과 평판이 오르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부족하거나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혼자 끙끙 앓고 포기하거나 잘 아는 사람에게 툭 던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쳐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쓰다보니 누구나 알고 있고 실행은 하기 싫은 그런거라 더 있지만 이 정도에서 정리해야겠네요;;
대기업이나 강소기업에서 능력 좋은 사람들은 사실 회사생활만 해도 충분히 인정받고 돈도 많이 벌고 하여, 굳이 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긴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같이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그저 그런 회사에서 연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꼰대라고 부르는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더라고요.
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하다. 노오오오력해라.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는 다들 어림짐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공부 열심히 하고, 일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고 또 한편으로는 약아지고. 그런데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죠. 그러나 해야 합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년생 사장으로서 김칫국물 겁나게 마시고 있습니다만, 저는 제 회사의 성장에 대한 계획과 방향을 확고히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주제에 나름대로 계획이 있쿠나...;)
사람들이 곳곳에 워낙 많다보니 업계를 얘기하면 제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밝힐 수는 없지만, (코딱지만한 업계다보니 이런 회사가 요즘 잘 나가더라 하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그 정도는 아닌데...ㅠ 또 필요 이상으로 이런 소문이 나는 것도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계속 어렵게 시작해서 아둥바둥 산다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어느 업종에 계시든,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시간을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성공의 꼬리라도 잡아보는 길이 아닐까요.
쓸데없는 긴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